이 다큐를 보고 있으면 아이돌의 개념에 대한 생각 차이가 한국과 일본 간에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제목이 <도쿄 아이돌스>이지만 이 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다르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이 받아드리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이 다큐를 토대로 한국과 일본 간에 아이돌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의 아이돌은 무엇일까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이를 우상으로 떠받들어지는 인기인”(국립국어원: 2003)이라고 신어사전에 정의해 놓았습니다. 이 정의는 무척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요. 이러한 추상적인 정의를 현대의 다른 사회적 관점과 함께 포괄해 볼 때 이희승은 스타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상품의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 대중문화 영역 전반에 나타나며, 매스미디어에 의해 구축되는 이미지를 통해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그들의 가치관이나 행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이희승,2006: 30)로 정의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스타는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활동한 이미지를 통해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겠네요. 또한 그 인기가 거의 우상으로 느낄 만큼 무척이나 높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아이돌 스타들은 매스미디어 그 중에서도 특히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TV를 통해 그 이미지를 형성하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TV의 영향은 절대적이다.”(이희승,2006:34) “TV에 팝가수가 출연하는 것은 홍보에 중요했으며 음반 판매에 직접적인 자극제가 되었다. TV출연은 내놓고 홍보하는 수단이었다.”(글렌 크리버 외, 2004:153)스타는 미디어에 출연함으로서 일종의 신뢰를 받는다. TV나 신문에 나오면 대중은 사회적인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더욱 신뢰한다.”(이희승,2006: 36)는 얘기는 이러한 TV의 힘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물론 근래의 아이돌이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얻음에 따라 TV에서 SNS나 브이앱 등으로도 많이 이동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제대로 아이돌이라는 칭호를 얻으려면 아직은 TV를 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음악방송이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각 방송사별로 계속 존재하고 여기에 출연을 해서 상위 랭크를 하려고 하는 것 또한 이와 유사한 맥락이겠지요. 이런 상황인 만큼 아이돌 스타들은 많은 TV출연을 통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수용자들은 그런 그들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간단히 종합해보면 결국 아이돌 스타‘TV를 통해 인기를 얻고, 이미지를 형성하여 대중들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로 정의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돌이라는 말을 들으면 기본적으로 우와~’하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사실 요즘은 아이돌이라는 말 자체를 상대적으로 많이 안 쓰는 것 같긴 합니다.)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반짝이고 화려한 존재이기 때문이겠죠. 물론, 개중에는 아이돌을 단순한 기획사에서 만들어진 보이그룹/걸그룹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그렇게 기획사의 그룹으로만 여기기에는 아이유와 같은 솔로 가수에 대한 평가가 애매한 것은 물론, 기획사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가수 중에서도 스스로 작사, 작곡하는 경우도 많겠지요. 그리고 소속사의 중요성이 커져서 우리가 뮤지션이라고 흔히 생각하는 가수들도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요. , 아이돌을 뮤지션과 구분지어 기획사에서 내보내는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하기에는 이미 그 경계가 많이 무너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우리나라 음악의 주류는 이쪽에서 장악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즉 종합하면 지금의 아이돌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많은 가수, 그래서 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얻는 가수로 더 와 닿아 보입니다. 최소한 미디어에 출연해야 아이돌로 인정받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런데 일본에서의 아이돌 개념은 이 다큐를 통해서 볼 때 우리나라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다큐 <도쿄 아이돌스>의 주인공인 리오는 우리나라의 기준에서 볼 때에 아이돌로 보기가 좀 어렵게 느껴집니다. 많은 대중이 아는 것도 아니며, 제대로 TV에 출연한다고 보기도 힘들고요. AKB48의 경우에야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돌이라고 불릴 수 있겠지만, 이는 TV에 나오는 유명 걸그룹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리오와 같이 이른바 지하 아이돌로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한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나 홍대 누구누구 등으로 불렸을 확률이 높겠죠. 혹은 인터넷 방송을 많이 해서 알려진다면 유튜버나 bj로 불렸을 것이고요. 무엇이든 아이돌로 불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나라와 더 다른 반응은 팬클럽 회장의 얘기입니다. 팬클럽 회장인 고지씨는 리오가 지하 아이돌에서 지상 아이돌(이러한 표현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뭔가 안 맞지만 다큐의 표현을 그대로 쓰겠습니다.)로 갈 때에 이제 아이돌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유명 프로듀서와 계약을 한 만큼 이제 아이돌이 아니라 아티스트라는 거지요. 오히려 우리나라라면 반대로 말하지 않았을까요? 버스킹 등을 하면서 홍대 등에 있을 때 아이돌보다 아티스트가 더 어울리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럼 이제 아이돌에 대한 일본인(혹은 이 다큐)의 생각을 따라가면 지하 아이돌일 때 더 아이돌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 메이저로 데뷔해서 TV에 얼굴을 알리는 것보다는 몇몇 매니아 혹은 오타쿠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악수회를 하고, 소규모 공연을 하는 경우에 더 아이돌처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자주 봐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다큐 처음에 시작한 멘트인 일본에는 아이돌이라 자처하는 10대 소녀가 약 만 명이다.’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우선 10대 소녀가 만 명입니다. 우리나라의 아이돌 중 10대는 최근에야 많이 들었지만 아직도 적습니다. 20대에 비하면 소수이지요.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것에 대해서 아직은 부정적인 시선이 강한 편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자처하는 10대 소녀입니다. 더군다나 만 명이니 TV에 나오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엔 어렵지요. , 일본의 아이돌은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자주 공연해주는 가수(라고 하기엔 노래보다 다른 게 중요한 것 같지만 별다른 표현을 찾기가 좀 힘들어서 가수로 하겠습니다)로 보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AKB48 역시도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을 표방했습니다.

 

정리하면 과거에는 일본에서의 아이돌 역시 우리와 비슷한 이미지였을지 몰라도 근래에는, 최소한 이 다큐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10대 가수 정도로 보입니다. 그럼 이들은 왜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인기가 이렇게 있을까요?

 

우선은 10대 소녀인 점이 전 인상적이었습니다. 10대 소녀일까? 우리나라는 걸그룹보다 보이그룹이 더 인기가 많습니다. 앨범 판매량이나 팬의 수만 해도 사실상 차원이 다르지요. 그런데 이 다큐에서 보이그룹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팬들이 아저씨가 상당히 많습니다.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 정도가 아니라 4~50, 그 이상의 할아버지 느낌의 팬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지요. 우리 정서에는 아직 이해가 안 가지만.... 중장년의 아저씨들이 10대 소녀를 좋아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다큐는 경제상황과 이를 연결짓습니다.


 

원래 보통 자존감이 매우 낮은 일본인인데, 경제 침체가 장기간 왔다. 그로 인해 기존의 문화와는 다른 것을 찾기 시작하고, 그러다 현실에서 별 볼 일 없는 남성이 여기서 힘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경제 침체나 위기 등으로 경제적 능력 등이 약해져 자존감이 낮아진 중장년 남성이 위로 받고 싶어 하는 것이 10대 소녀를 향한 팬심(?)으로 나왔다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는 고지 씨의 인터뷰에서도 나타납니다. 리오를 거울 같은 존재라면서 그 안에서 자존감과 열정을 찾는 것이지요. 즉 하고 싶었던 것을 포기하고 평범히 살았던 자신이 10대 소녀의 열정을 통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다큐를 보면 고지 씨는 정말 좀 행복해 보입니다. 그리고 여러 의미에서 대단하기도 하고요. 만약 이런 아이돌 팬이 아닌 평범한 샐러리맨으로서의 삶을 살아도 저렇게 본인이 행복하게 웃을까 생각하면 그건 아니게도 느껴집니다.



 이는 더 어린 10살짜리 아이돌 유즈의 팬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이 팬들은 10살의 유즈를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유치한 얘기를 팬미팅 때에 나눌 때에 더 좋아합니다. 자유롭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고, 이것이 그들을 치유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일본 사회는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아이돌 시장을 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먼저 기업은 여기서 산업의 가능성을 보았지요.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이 연애 등에 들어갈 돈을 아낌없이 쏟아 부으니까요. 그 결과 산업 가치가 1년에 10억 달러(1)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뭐 저 아저씨들이 좀 이상하게 보이지만 좋아 그럴 수는 있다고 쳐. 그리고 기업이야 돈 되는 거면 다 하니까 열심히 돈 벌려고 하는 것도 그렇다 쳐. 그런데 저 애들이나 애들 부모는? 저래도 괜찮아? 안 이상해? 사회는? 사회적인 반발이 안 심한가? 저는 가장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다큐에서는 전혀 예상 못한 답을 들려줬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일본은 여성 인권이 선진국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편입니다. 여러 방송 매체에서 나온 바 있지요. 이러한 아이돌이 아니면 여성이 주가 되기 어려운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인가 다큐에 나온 10대 소녀는 물론, 그 부모님도 딸의 아이돌 활동을 지지하고 좋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여성 인권이 낮으니 그런 목소리 또한 크게 나올 수가 없겠지요.

가치 판단을 떠나서 아이돌에 대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생각 차이. 일본의 현주소 등을 저는 이 다큐가 나름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참고문헌


신어사전국립국어연구원

글렌 크리버, 토미 밀러, 존 털로크; 박인규 옮김(2004), 텔레비전 장르의 이해, 산해

이희승 2006.02, 엔터테인먼트 스타패션 연구



<순서>

1. <도쿄 아이돌스> 간단 리뷰

2. ‘아이돌의 개념에 대한 생각 차이

3.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될까?

4. 바람직한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